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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근황

2020년 1월 (편의점알바)

by 꾸벅이 2020. 5. 19.

 즐기면서 일하고 싶은(워라벨) 나는 28살이다.

 

알바 면접을 보면 

"취업 안 하냐는 말을 들을 나이"

 

정말 절실하게 편의점 알바를 하고 싶었다.

 

알바천국에서 2년 전 아르바이트했던 곳 세븐일레븐 구인중이었다.

문자를 보낸 뒤 1월 1일부터 하자고 답변 왔다.

 

 

한편으로는 사장님이 반가웠지만,

또 다른 한편은 괜히 지원했던 생각이 들었다,

 

12월 31일에 매장에서 얼굴 보니 기억이 난다고 하지만 피곤해 보이시는 점장님

다른 분은 안 와서 나를 뽑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하시는 분들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2020년 1월 1일 빨간 날부터 알바를 시작한다.(월~금 오후 5시~새벽 2시)

 

버스 타고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시는 40대 삼촌이 지키고 있었다.

속으로 나도 40대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하고 있을까 봐 걱정됐다.

6개월 중 2달은 새벽 6시~새벽 2시까지 했다고 한다. (19시간)

내가 올 때쯤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징징하던 게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부지런하다고 치킨 던져주고 가셨다.

점장님한테도 캐러멜 마끼야 쿠폰 받았다.

 

편의점은 여전히 더러웠다. 다이소 청소도구를 사서 내가 할 수 있는 청소는 다 하고 왔다.

 

나는 다른 편의점보다는 엄청 편하게 놀면서 170~200 벌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알바를  못한다.

 

편의점은 포스기가 전부이다

그리고 과자, 음료 진열, 유통기한 폐기품 정리, 

청소는 선택사항이다

 

에피소드를 적어보자면

 

첫 주 토요일부터 배 타는 분들이 소주컵은 당연하게 달라는 거에 기가 차고

그냥 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바보 같다.

 

남한테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돗자리를 깔아서 2시간 동안 수다 떠는데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쁘다.

 

퇴근할떄까지도 여전히 이야기 중이고

경찰 부를 정도로 생각했다.

 

한 15분 지나고서야 매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나를 노려보더니

참 진짜 한심하고 첫 주부터 피곤했다.

 

두 번째

 

봉투 달라고 하면 포스기에 봉투값 50원 or 100원 올리고

말 없이 결제해버리는 버릇이 생겼고

결제 다하고 봉투 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어질어질했다.

 

세 번째

 

소장이라고 하는 늙은이가 와서 담배꽁초 주우라고 큰소리치고

새벽에는 친구 데리고 돗자리 깔고

술기운으로

"내가 나이가 몇으로 보이냐?"

나의 대답은 "젊어보이십니다"라고 했을때 나의 흑역사를 또 만들었다.

 

다음에는 맨정신으로 왔는데, 물만 사고 가셨던 소장님이 기억이 난다.

 

네 번째

 

김치공장에서 한복 같은 옷 입고 일하는 젊은 중국인들 와서 

바코드 같은 걸로

하나씩 찍었던 것도 기억이 남

나중에는 두유 하나 주고 갔음

 

다섯 번째

 

새벽에 민짜, 가오에 찌든 20대

 

공무원급 되시는 분들이

5만 원어치 샀다고

편의점 잠깐 쓰겠다고 하는 사람들

 

애기 엄마, 10대 학생들

마지막으로 편의점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들까지

 

마지막으로

내가 청소를 하다가 캡스 버튼을 여러 번 눌러 캡스 직원이  왔다 갔다 했다. 

점장님한테 전화 엄청 왔다.

 

내가 그만두게 됐던 사연은 일하는 사람이랑 안 맞아서이다.

내가 카톡에다가 이런 식으로 하실 거면 그냥 각자 쓰레기 버리 자고 했더니

한 달밖에 안 된 오전 근무 아줌마가 나 뭐라고 한 거 같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다른 이유는 10시간의 무료함, 무리하게 서비스 요구하는 손님,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줄음)

 

근무시간 15분 전에 미리 와 줬고, 끝날 때마다 고생하셨다고 해드렸고 

인계 사항을 못 외우실까 봐

차근차근 알려 줬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커피머신은 내가 치웠고 쓰레기통은 여전하다.

새벽 버스 타고 오시길래, 알고 보니 남편이 차 태워줌

 

 

지금도 충격 기억이 있는데

"왜 말을 돌려서 말하고, 전에 일할떈 쓰레기 안 버렸고

내가 쓰레기 버릴려면은 주말애들 동의하면 그때서야 하겠다"

마지막엔 "사과하질 못할망정 대화하고 있네"라는 말에

더 이상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버리라고 했던 박스 언제 버리나 계속 지켜봤는데

끝까지 안 치우길래 결국 내가 치웠다.

 

또 다른 건 커피머신 홍보하는 고정판에 손님이 머리를 다쳐서

고정판을 내가 빼놓았는데

오전 근무 아줌마가 본사 직원한테 전화했다는 게 너무 소름 돋았다.

마지못해 다시 설치해줬다.

그리고 점장님한테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사람 구할 때까지만

 

사람 구할 때까지만 출근하려고 갔는데 주말 알바가 지키고있다.

다시 집으로 가는데 점장님도 오해라고 마지막까지 너무 비참했다.

주말 알바가 나한테 와이파이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하는 말이 기가 차서 안 알려 줬다.

 

1년을 버티고 싶었던 편의점

2020년 3월 9일 월요일

편의점 알바는 끝이다.

 

3월에 일한 5일 치 다음날에 준다 하고

4월 16일 월급날인데 하필 국회의원선거 빨간 날 때문에

하루 지나고 17일에 죄송하면서 돈을 받았다.

돈 받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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